미국의 대선은 선거인단 제도로 진행됩니다. 때문에, 전체 국민의 표를 상대방보다 더 많이 받아도, 낙선을 하는 경우가 5번이나 있었습니다. 2000년의 앨 고어, 힐러리 클린턴이 그 경우입니다.
이러한 다소 혼란스러운 제도를 갖고 있는 이유는 미국의 이름에서도 추측할수 있는데요. 미국을 지칭할때에는 These United States of America로 복수형으로 지칭합니다. 이러한 선거인단제도는 미국의 건국 역사를 보면 알수 있는데 지금부터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민주주의, 유럽과는 시작이 다르다.
<프랑스 혁명>
미국의 민주주의는 유럽의 민주주의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예를 들면 이미 왕정이 공고히 확립된 상태에서 프랑스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가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국민이 다수결로 대통령을 뽑고 당선인이 국가를 통치하는 것에는 불만이 없습니다. 우리가 뽑기만 하면 권력이 정부에 집중되도 불만이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미국은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대륙에 당도한 소위 개척자들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그곳에는 원주민만 있었을뿐 체계화된 나라도 없었고, 권력도 없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개척자들이 주권을 가진 여러 공동체들이 먼저 생겨난것이죠. 프랑스의 민주주의가 정부의 권력을 아래로 떼낸 개념이었다면, 미국은 지방과 개인의 권력을 중앙정부에 조금씩 떼어주는 개념으로 발달한 것입니다. 단어는 같지만 형태와 정신이 다르다는 것이죠.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통해 독립을 했고, 1783년 독립을 하게됩니다.최초의 13개주는 필라델피아에 모여서 미국 헌법을 제정하게 됩니다. 프랑스가 제정한 헌법이 체계가 잡힌 국가의 권력을 민중에게 어떻게, 왜 나누는지에 대해 써놓은 이상적인 헌법이라면, 미국은 13개의 다른 이권을 위해 타협과 협상을 위해 만들어진 헌법이라고 할수 있는 것이죠.
미국은 다수결을 매우 경계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때, 미국은 유럽의 군주국가들과 다르게 왕이 없는 나라는 만들려고 했습니다. 당시, 유럽에는 전부 왕이 있는 '군주제'였죠.
때문에 미국은 공화정국가였던 고대 아테네와 로마초기의 정치형태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상황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두나라 외에는 딱히 참고할만한 나라도 없었구요.
아테네와 로마의 정치는 '절차'에 의한 정치였습니다. 절차는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었죠. 자기 마음대로 무엇인가를 할수 없는 과정이 바로 절차에 의한 정치였습니다. 그런데 이 공화정을 무너뜨린 것이 바로 민주주의였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당시 '데모그라그'라는 민중선동가가 나타났는데, 이들은 절차를 무시하고 다수결을 통해 일반 평민들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게되면서 민중의 힘을 이용해 중간의 의견을 묵살하는 경향의 정치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고대 로마의 공화정을 종말시키고 스스로를 황제로 임명해 독제를 이끕니다. 때문에 '데모크라시', 민주주의는 당시에는 그다지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 불신
때문에, 미국의 건국아버지라 불리우던 여러 인물들은 다수결을 경계했습니다.
뉴욕대표로 헌법을 제정한 알렉산더 헤밀턴은 "우리가 너무나 민주주의로 치우치게된다면 왕정이나 또다른 독재로 치우치게 될수밖에 없다" 고 말했습니다. 토마스제퍼슨은 "민주주의는 51%사람이 49%의 사람의 권리를 뺏어갈수 있다는 제도를 말한다"고 했죠.
<고대 로마>
미국의 4대 대통령이된 제임스 메디슨은 "민주국가들은 대체로 그 생이 짧았고, 그 과정은 폭력적이었다. (여러 의견들이 대립해 갈등이 심해져 결국 나라가 망함)" 고 말했습니다. 메사추세츠 대표였던 존 아담스는 "민주국가들 중에서는 자살을 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 (결국 아테네와 로마는 독재국가가 되었다)" 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건국아버지라 불리우는 사람들은 '다수결'을 믿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아예 대통령을 만들지 말자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유럽국가들 대부분 왕정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없다면 외교관계가 불가능했습니다. 때문에 어쩔수 없이 대통령을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프레지던트를 만들었습니다. 프레지던트의 의미는 '앞에 앉아있는 사람'입니다. 의회에서 대통령을 통제할수 있었어야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의회에서 대통령을 뽑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개인주의와 지방분권의 중요성
의회는 어떻게 구성되었나?
하지만 의회에서 대통령을 뽑는다면, 의원숫자가 중요한데 당시에 의원숫자도 정해지지 않았을 뿐더러 인구등과 관련해 이권충돌이 생길 우려가 컷습니다. 이러한 이권충돌을 조율해가는 과정에서 오늘날의 선거인단 제도가 생겨났습니다.
당시 인구가 적은 주는 인구비례로 각주에 의원을 배정받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주권국가들이 모여서 결정을 할때, 인구비례로 결정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중국이라고 10표가져가고, 한국이라고 1표가져가는것이 아니고 동일하게 1표씩 가져가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주별로 똑같은 의원석을 배정하자는 것이죠.
하지만, 인구가 많은 주에서는 세금도 더내고, 전쟁나면 군인도 더 보내고, 물자도 더 보내게 되는데 결정권이 똑같다는건 말이되지않는다고 반대합니다. 그래서 결정한 솔루션이 바로 상원과 하원을 나누는 것입니다.
상원은 각주별로 동일하게 2명씩이고, 하원은 인구비례 반영해서 각 주별로 배정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시스템이 지금까지 유지되게 됩니다.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의회가 제대로 작동을 하려면 의원 개개인이 본인의 경험과, 철학, 지혜를 갖고 제대로 된 투표를 행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원래 가장 우려했던 것이 '정당'이 탄생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당이 탄생하게 되면 본인의 소신과 반대되더라도 따라갈수 밖에 없으니까요.
의원이 대통령을 뽑게되면, 소위말하는 패거리정치, 붕당정치가 일어날수 있습니다. 의원들은 전부 같이 워싱턴 DC에서 생활하는데 당연히 친한사람들이 많으면 투표를 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만든정책이 대통령 선거 때만 각주에 할당된 선거인들이 선거때만 워싱턴에 올라와서 투표를 하는 정책이 탄생했습니다.
미국의 1대 대통령 선거.
최초에 정해진 선거인단 정책은 각주에 할당된 선거인단 만큼 지역구를 나누고, 그 지역구에서 선거인단 1명을 선출하고, 이렇게 모인 선거인단이 함께 워싱턴으로 가서 각기 1표씩 행사하는 것이었습니다.
<1달러속 조지워싱턴>
이러한 선거인단 제도의 탄생 배경은 시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의 1대 대통령은 조지워싱턴입니다. 1789년인데요. 한국으로 치면 '정조'시대입니다.
당시 미국의 땅은 워낙 넓었기 때문에 투표함을 미국 전역에 뿌려서 투표를 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었죠. 교통과 통신이 지금처럼 발달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거인단 정책은 가장 실용적인 정책이었습니다.
두번째는 당시에는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대통령 후보가 누군지 알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우리동네에서 가장 판단력이 좋다고하는 선거인단 한명을 뽑고, 그가 워싱턴으로 가서 대통령 후보의 말을 들어보고 한표를 행사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죠.
미국의 2대 대통령 선거.
이렇게 최초에는 정당이 없었지만 조지워싱턴이 물러나고 2대대통령때부터는 바로 정당이 생겨납니다. 인간의 본성이겠죠. 정당정치의 시대가 열리면서 각주는 지지하는 정당을 뽑게 되는데, 여기에서 한표라도 승리한 정당이 본인 주의 선거인단을 본인정당으로 깔아버리게 됩니다.
어찌보면, 미국 헌법 최초의 정신이 1대 대통령 선거 이후로 왜곡되어서 지금까지 진행되오고 있는 것이죠.
선거인단 제도 바꿀수 있을까?
사표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당선자보다 탈락자가 득표를 많이 하는 상황도 벌어지는 이 선거인단 제도가 바뀔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미국의 헌법이고 헌법을 준수하는 것이 미국의 정체성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주는 최초에는 동부의 13개주였습니다. 그 이후 서부개척시대를 시작으로 영토를 점차 확장하면서 50개주로 늘어났습니다. 국경이 계속 변화해온 것입니다. 또한, 이민자들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의 구성도 계속 변화했습니다. 영토로도 핏줄로도 정확히 미국인을 정의할수 없죠.
<미국 헌법 원문>
그렇다면 미국인을 어떻게 규정할까요? 그것은 바로 헌법입니다. 시민권을 받을때, 미국의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말한 사람이 바로 미국인이라는 것입니다. 군인들이 전쟁에 나갈때도 나는 헌법을 지키러 간다고 선서를 하죠. 미국의 헌법은 곧 미국의 정체성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선거인단 제도는 미국 헌법 원문 깊숙이 뿌리내린 제도이기 때문에, 바꾸기도 어렵고 향후에도 이러한 선거인단 제도는 계속해서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볼때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선거인단 제도는 사실 한국 정조시대때 생겨난 당시로서는 가장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였고, 미국인을 규정하는 헌법을 위해 그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라고 정리해볼수 있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