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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

10년 공공임대주택 사업 중단 결정, 장기임대 방식으로 전환


이슈

정부가 ‘10년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중단하고 장기임대 방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최근  판교 등 여러 지역에서 분양전환 가격 산정을 놓고 사업주체와 세입자 간에 갈등이 빚어지면서 정부가 공급을 중단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공공임대란?

저소득층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지난 2003년 도입된 10년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의 60% 선에서 10년 임대 후 입주자에게 감정평가액으로 우선 분양받을 권리를 주는 제도입니다. 


5년 공공임대와 10년 공공임대

공공임대는 5년 공공임대와 10년 공공임대로 나뉩니다. LH공사 및 다수의 민간 사업자가 공공임대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건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입니다. 5년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의 경우 원가연동제 방식을 따릅니다. 시세와 관계없이 건설원가에 적정이윤을 남기는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입니다. 

 
반면 10년 공공임대는 감정평가액에 따라 분양전환가를 책정할 수 있습니다. 보통 감정평가액은 주변 시세의 80~90% 수준에서 결정된다. LH공사는 “7월부터 분양전환을 시작하는 판교의 경우 현재 감정평가사 선정을 위한 공문을 보낸 상태”라며 “감정평가사가 감정가액을 책정하면 분양전환가 산출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갈등의 원인은?

LH공사의 10년 공공임대주택이 7월부터 분양전환을 시작하면서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에 대해 임차인과 LH공사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LH공사는 계약서에 명시된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며, 임차인은 ‘서민을 내쫓고 폭리를 취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임차인 입장

10년 공공임대 임차인들은 분양전환가격을 시세 감정가액으로 책정하는 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판교의 경우 10년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시세가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현재 판교 지역  59㎡(약 24평) 시세는 8억 원 이상으로 평당 2500만~3000만 원 수준입니다. 
 
김동령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회장은 “민간 건설사의 중대형 일반분양주택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데 서민에게 공급하는 중소형 분양전환 주택을 시세 감정가액으로 분양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입주민은 모두 쫓겨나는 처지가 되고 LH공사는 제3자 매각을 통해 폭리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임차인들은 지난 10년간 내 집 마련 희망 하나로 6000만 원가량을 지불해왔는데 이제 와 쫓겨날 위기에 놓여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도 아니었고, 주택의 재산세 등도 입주민이 납입해왔다는 주장이다. 김동령 회장은 “시세의 65% 이하에 해당하는 임대료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판교 지역의 84㎡의 경우 보증금 1억 4100만 원에 임대료 58만 원으로 책정됐다. LH공사의 전·월세 전환율(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이율) 5%를 감안해 이를 전세금으로 전환하면 2억 6000만 원이다. 분양 당시 지역 시세가 2억 2000만 원 수준이었으니 저렴한 임대료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LH공사 입장

LH공사와 국토부는 감정평가액에 따른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LH공사관계자는 “우리와 국토부의 입장은 같다. 정부 입장이 변함없다면 우리로서도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바꿀 여지는 없다. 입주민 입장을 고려해 국토부에서 분할 납부 방안 등을 검토하고 보완 대책을 논의 중으로 알고 있다”면서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고 임차인들이 이를 모르고 계약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고 해서 산정 방식을 바꿀 수 없지는 않나. 반대로 가격이 폭락해도 마찬가지”라고 답했습니다. 

 
LH공사가 10년 공공임대를 통해 폭리를 취한다는 일부 주장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공사 관계자는 “몇조 원의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은 임차인들이 건설원가 등으로 추정한 수치일 뿐이다. LH공사는 영구임대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 등에도 투자하며 주거복지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왜 10년 공공임대만  영향을 받을까?

10년 공공임대만 주변 시세에 영향을 받게 된 건 임대주택법의 허술함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공건설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준은 임대의무기간이 10년인 경우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의 상한선을 감정평가금액으로 규정한 내용입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공급 확대 취지로 5년 공공임대를 조기 분양하면서 재고 주택이 줄자 노무현 정부 때 10년 공공주택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재원이 부족해지자 민간기업을 통해 보충하려 했는데 민간기업이 분양가산정 방식 등에 이의를 제기했다”라며 “이를 해결하고자 중형 임대에 한해 규제를 다소 풀어준 건데 시행규칙에는 상세내용을 생략하고 ‘초과할 수 없다’고만 적었다. 명확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저렴하게 공급한다고만 설명해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향후 공공임대 방식은 어떻게 변화될까?

5월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10년 공공임대 방식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해온 파주 운정3지구 A24 블록의 ‘공공주택 건설사업 사업계획’을 취소했습니다. 


대신 해당 사업지구의 사업방식을 국민·영구임대로 바꿔 새롭게 승인했습니다. 국토부가 10년 공공임대로 계획된 부지의 사업방식을 변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민임대는 30년을 임대하되 분양전환이 되지 않고 영구임대는 영구히 임대만 하는 방식입니다.


한 전문가는 “문제점을 고치는 대신 아예 문제가 되는 분양전환 임대 아파트를 없애는 것은 임대주택 총량 공급 계획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서민들의 내집 마련에도 적잖은 도움을 준 제도”라며 “판교 등 일부 지역에서 갈등이 생겼다고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문도 교수도 “국토부와 LH공사가 서로를 핑계로 삼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의 취지에 맞게 10년 공공임대 역시 5년 공공임대와 동일한 방식으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는 게 맞다”면서 “국토부는 계속 회피만 할 뿐 정확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4월 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관련 토론회에도 국토부 관계자가 나오지 않았다. 할 말이 없으니 계속 피하는 게 아니냐”며 질타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