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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트랜드

[웰다잉] 생전 장례식의 사례와 방식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살펴봐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고령화 사회를 처음 겪고 있기에 이 고민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죽음이 두렵다 해서 무작정 외면하고 기피하는 것으로는 고령화 사회를 제대로 맞이할 수 없습니다. 이제 웰다잉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우리 삶을 어떻게 아름답게 마무리할 것인가, 우리 삶의 행복을 얼마다 더 만들어 내느냐로 이어집니다. 


왜 일본 대기업 회장님은 호텔에서 생전 장례식을 치렀을까?



2017년 11월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흥미로운 광고 하나가 실렸습니다. 바로 '감사의 모임' 행사에 초대하는 내용의 광고였는데, 이는 생전 장례식이었습니다. 그는 안자키 사토루라는 80세 남자로, 온몸에 암이 전이되어 수술 불가능 판정을 받았습니다. 

안자키 사토루

그는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방사선이나 항아제 치료로 연명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런 뒤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자신을 아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호텔에서 생전 장례식을 기획했습니다. 생전 장례식의 광고 문구부터 날짜, 형식, 내용 등 모든 걸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안자키 사토루는 일본 건설기계 분야 대기업 고마쓰의 사장직과 회장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건설기계 제조 분야에선 세계 2위, 일본 1위인 세계적 기업입니다.



대기업 회장의 이례적 생전 장례식이란 행사에 약 10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동영상과 사진이 상영되었고, 전통 춤 공연도 있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모든 테이블을 돌면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다 악수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생전 장례식을 치른 뒤 6개월만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왜 LG 구본무 회장은 연명치료 없이 가셨을까?

2018년 5월,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73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그는 1995년 LG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23년간 글로벌 기업 LG그룹을 이끌었습니다. 아깝지 않은 죽음은 없겠지만, 기대수명이 80대 중반인 시대인 걸 감안하면 너무 이른 죽음이었습니다. 그는 평소에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1년간 뇌종양 투병을 하며 병세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연명치료 없이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장례는 고인의 유지대로 가족끼리 조용히 수목장으로 치렀고, 화장 후 숲의 나무로 돌아갔습니다. 죽음을 평화롭게 맞이하는 이러한 본인의 선택도 죽음을 대하는 '삶의 질'이라 볼 수 있습니다.

LG그룹 구본무 전 회장

연명치료를 거부한 명사들

1998년 72세로 작고한 SK그룹의 최종현 회장도 암 수술 후 암이 재발하자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집으로 왔고, 생의 마지막 6개월을 홀로 심기신수련을 하며 보냈습니다.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도 연명치료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또한 생명의 존엄성은 중요하지만, 무의미하게 생명을 연장하는 데에는 반대한다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2010년 법정 스님도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때가 되면 생을 마감한다"는 말로 연명치료를 거부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한국

웰다잉과 연명치료에 대해선 스콧 니어링의 유산이라 할 만큼 그가 미친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유언으로 남긴 죽음에 대한 태도야 말로, 앞서 소개한 생전 장례식을 치른 사람과 연명치료를 거부한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줬으리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 스콧 니어링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의 모습, 스콧니어링의 자서전(조화로운 삶)과 헬렌 니어링이 87세에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는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읽히는 책이다



2018년 2월 4일 우리나라에서도 임종을 앞둔 환자가 자신의 연명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여기서 연명의료는 생명 연장이 목적인 의료행위를 말하는데 항암제, 혈액투석,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이 이에 해당됩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에게 연명의료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때 생명 연장 중단 여부를 본인에게 어보고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연명의료 포기가 모든 의료 지원 중단을 말하는 건 아니기에 임종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는 통증을 경감시키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말미암은 정서적인 문제에 도움을 주며, 임종까지 도와주는 호스피스 지원은 계속된다고 합니다.


연명의료 결정법의 결정적 계기는 바로 2008년의 김할머니 사건입니다. 2008년 2월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과다출혈로 식물인간이 된 김 할머니의 가족인 인공호흡기 등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며 소송을 했고, 2009년 5월 21일 대법원에서 승소했습니다. 법원 선고 후 주치의는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 장치를 제거했습니다. 그로부터 9년만에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바뀌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오랫동안  적용되던 제도가 새롭게 바뀌는 것도 그만큼 어렵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평화롭게,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같기에, 연명의료 결정법과 호스피스 제도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