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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건강

조현병이란 무엇인가? (진주 방화 사건과 조현병 사례)


조현병은 비정상적인 사고와 현실에 대한 인지 및 검증력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입니다. 일반적으로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및 행동, 사고장애의 증상이 나타나며, 사회적 위축 및 감정 반응의 저하 등도 동반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본래 정신분열증으로도 불렸으나 어감상의 문제로 2010년 10월 대한정신분열병학회 및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정신분열병 병명개정위원회'를 통해 새 병명을 조현병으로 변경하는 것을 결정하였다. 과거에는 조발성치매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었습니다. 



조현병은 정신질환 중 가장 극단적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번 진주 아파트 방화 및 살인 사건처럼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와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참고로 우울증 등과 다르게 신경증이 아니라 정신증에 속합니다. 인지도와 심각성을 따지면 우울증과 ADHD가 신경증의 대명사라면 조현병은 정신증의 대명사입니다. 



수 년 동안 조현병의 개념은 많은 논쟁에 휩싸여 왔습니다. 이 장애에 대해 다양한 정의가 진전되고 수많은 치료 전략도 제시되었지만, 어떤 치료 전략도 동일하게 효과적이거나 충분하다고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임상가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두가지 일반적 요소가 있는데 첫번째는 조현병은 아마도 하나의 요인이 유발하는 항상 동일한 특성을 가진 질병이 아니라 유전적 소인, 생화학적 기능장애, 생리적 요인, 그리고 사회심리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변수의 조합에서 기인한 점이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조현병을 치료하는 유일한 치료란 지금도 없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조기 발견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며, 초기를 놓치면 점점 병을 고치기 어려워진다. 그 이유는 시기를 놓치고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기간이 길면 뇌신경 조직의 손상이 커지고, 점점 더 치료 받기 어려워 진다고 합니다.


다음은 초기 조현병 증상의 예시입니다.


"이웃 사람이 자꾸만 독이 든 음식을 가져다주어 중독되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아프다. 하지만 이웃 사람이 너무나 친절히 대해주기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다."


정신증은 초기 명제 풀이가 잘못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사고 과정이나 내용 자체가 망가지는 것입니다. 환자의 생각대로 저게 정말로 독이 든 음식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음식을 받는 걸 거절해야 할 텐데, 이웃이 친절히 대한다는 이유로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은 리적 오류입니다. 또한, 이웃이 독이 든 음식을 주는데도 너무 친절해서 면전에서 거부할 수 없는 게 맞다면, 일단은 음식을 받고 이웃이 돌아간 뒤에 버리면 되는 일인데, 그러지 않고 그냥 먹고 있다는 것도 매우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환자가 본인마저도 모르게 하고 있는 또다른 초기 가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언뜻 들으면 이상하기만 할 뿐 논리적 오류를 놓치기 쉽습니다. 이웃의 숨겨진 적대감에 환자가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갖다 붙인 것입니다. 




"나는 내가 정신분열증인 것을 알고 있다. 어릴 때 귀걸이를 잃어 버린 후부터 그렇게 되었다."

와해된 언어의 대표적 예시입니다. 어릴 때 귀걸이를 잃어버린 사건이 본인의 정서에 매우 큰 방향으로 파급 효과가 일으켰기 때문에 그 결과로 조현병이 된 거라고 말하는 것인데, 만약 사실이라면 그 정도는 이미 정신과 의사가 알아챘을 것입니다. 혹여나 못 알아챘을 수도 있다고 치고 저 가능성을 인정하여 어릴 때 귀걸이를 잃어버린 사건이 본인에게 어떤 파급 효과를 미쳤는지를 면담하려 해도, 역시 와해된 언어로 반응하기 때문에 면담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남자와 여자 목소리로 환청 환시가 들린다. 어떤 사이트에서 나에 대해 민원을 넣어서 그런 것 같다."

관련없는 두 장면을 매우 당연한 듯이 엮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관계 망상에 해당합니다.


"자기들은 시켜서 그랬다고 하며 자꾸 담배를 끊으라고 한다. 목욕하다 항문에서 칩(chip) 같은 것이 나와 제거했다. 목에도 남아 있는데 찾을 수 없다. 주로 삐 소리가 나고 하품하면 강해진다. 코에서 물방울이 터지는 것 같고 항문도 울퉁불퉁해졌다."

환청, 환시에 피해망상과 논리적 지리멸렬이 겹친 상태이비다. 이 정도 수준이면 대화를 하는 것 같아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대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본인도 모르게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이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자가 테스트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조현병 치료는?

항정신병제가 필요하며 주위의 도움을 동반한 정신사회적 치료를 함께 할 때 더 나은 치료 성과를 보입니다. 초기 조현병이고 나쁜 예후 인자가 없다면 약을 쓰는 동안은 완전히 정상인으로 돌아 온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항정신성 약물이 부작용이 심하여 환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확산시키기도 하였지만 현대에는 약물의 발전으로 그런 부작용이 거의 없이 조현병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골치 아프게도 다른 심인성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에 치료가 곤란하며, 격리치료라는 극단적 방법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지금도 일반인들에게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 중요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는 전두엽 절제술이나 Hot Blanket Therapy이나 인슐린 쇼크 요법 같은 충격요법을 실시하기도 했는데, 이런 충격을 주면 환자가 제정신이 든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약물 치료가 잘 안 듣거나, 긴장증적 증상이 주된 증상이거나, 임신 중이어서 약물을 쓰기 힘든 경우 등에서는 기 충격 요법(ECT)이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두뇌에 전기를 흘려 보내 일시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치료법으로, 뇌를 리부트 시킨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조현병 외에도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장애에서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