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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미세먼지 저감대책] 현대판 기우제 '인공강우'의 허와실

현대판 기우제 '인공강우'의 허와 실

현재 기술로는 미세먼지 저감에 유의미한 효과 보기 어려워, 폭넓은 기후변화 대응 위해 인공강우 기술 보유해야


'현대판'기우제라 불리는 인공강우. 애당초 가뭄 해갈 등을 목적으로 연구됐던 이 기술이 미세먼지 저감대책 으로 주목을 끌며 논란을 불렀다. 화력발전소 가동 감축, 노후 자동차 운행중단 등 정부와 지역자치단체가 갖은 방안을 동원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미세먼지 저감대책 으로 불쑥 '인공강우'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국가재난 급으로 심각해진 미세먼지 문제를 새로운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심정에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인공강우 실험방법[출처 - 위키백과]


지난 1월 25일 전북 군산 서해상에서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공동 진행한 인공강우 실험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전남 영광 부근에서 약한 이슬비가 관측되긴 했지만 이조차도 인공강우 실험결과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게 기술진의 자체평가였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인공강우는 근본적인 미세먼지 저감대책 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인공강우 기술로는 미세먼지 저감에 영향을 줄 정도로 유의미한 효과를 보긴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최악의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는 한반도 상화을 감안할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공강우 시도에 대개를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과연 인공강우 기술이 한반도 대기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효과적인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될 수 있을까?

기술 수준-기상 조건 등 넘을 산 많은 인공강우

인공강우는 기상 비행기로 구름에 접근해 강수를 유발할 물질, 즉 요오드화은 연소탄, 드라이아이스펠릿 등의 시딩물질(구름씨앗)을 살포해 비를 인위적으로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수증기를 품은 구름이 낀 기상 조건을 전제로 한다. 이 기술은 원래 거대 산불을 진압하거나 극심한 가물을 해갈하는 목적으로 연구되었다. 중국 정부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해 개막 당일 비가 오는 것을 방지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술로 미세먼지 저감 효과까지 얻었다는 보고는 없었다.

실험이 실패로 끝난 이유는?

이번 실험이 실패로 끝난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그중에서도 아직 우리 기술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인공강우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2008년부터이다. 아직 걸음마단계이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50~60년 전부터 이뤄졌으니 말이다. 중국의 경우만 해도 60년간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연구비 역시 우리나라의 133배에 달하는 800억원이다. 연구 전문인력이 우리나라가 10명정도인데 비해 중국은 4만여 명에 달한다. 한국의 인공강우 기술 수준은 최고기술국인 미국에 비해 73.8%, 기술격차는 6.8년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거나 기술을 차용해 개량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느 뜻이다. 


인공강우 기술 성공한다면 어느정도 비가 내려야 할까?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내기 위해선 2시간 이상 10mm 규모의 비가 내려야 가능하다. 지난 2017년 경기도와 국립기상과학원이 9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통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한 결과 9회 중 4회만 인공증우 효과가 나타났으며, 이마저 기대치를 밑도는 평균 0.88mm 수준에 불과했다. 아직 국내 기술로는 미세먼지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인공강우 연구를 장기적으로 해온 선진국에서도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봤다는 보고는 없다. 중국의 경우 관련 실험은 했지만 효과가 있는지 공개하지는 않았고, 그 외 국가에서도 인공강우 시험에 성공한 적이 없다고 한다. 

기술이 받쳐준다고 해서 아무 때나 비를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반도 기상 조건상 인공강우를 유도하기엔 부적절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많다. 대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날에는 이동성 고기압권 내에서 맑은 날씨인 경우가 많다. 인공강우는 비를 내릴만한 구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기상 비행기에서 뿌려지는 시딩물질이 구름 속 수증기와 엉켜 붙어야 빗방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또한 만만치 않다. 인공강우 실험을 한 차례 시도하는 데 비용은 800여 만원. 실제로 인공강우를 유도해야 한다면 이보다 큰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인공강우를 위해 들인 돈이 18조 원대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측은 "인공강우는 비용이 많이 들고, 수자원을 인위적으로 사용하는 데 따른 문제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한반도 사이에 '강우 커튼'을 치겠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실험에 대해 기상학자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인공강우는 국지적으로 좁은 지역에서 가능한 기술인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