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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무라카미 하루키] 양을 쫓는 모험(재밌는 소설 추천)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쫒는 모험' 리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처음 접한것은 '상실의 시대'란 작품이다. 고교 시절, 아버지 책장에 꽃혀 있던 책을 기숙사에서 읽을 요량으로 가져왔다. 책상위에 꺼내놓고 있자 국어 선생님께서 이런책도 읽냐고, 평소와는 다른 눈으로 눈길을 주시던 생각이 난다. 애석하게도 읽지는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독서보다 재밌는게 많았다. 


우연처럼 다시 접하게 된 것을 군시절 주말이었다. 당직 사관을 하며, 행정실 한켠에 꽃혀 있던 낯익을 책을 발견했다. '상실의 시대' 였다. 그리고 책을 펼친 순간 빠져들어 순식간에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당시, 드물게 노트 한켠에 독후감을 적을 정도로 재밌는 소설 이었다. 주변에 추천도 많이 하고 다녔다. 그 이후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단편, 장편 상관없이 전부 읽어 재꼈다. 말그대로 재밌는 소설 이다.



양을 쫒는 모험은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재밌는 소설 이다. 하루키 책의 주인공 대부분은 무엇인가를 상실한 자다. 그리고 역시 양을 쫒는 모험의 주인공 역시 편안하고, 문제없는 결혼생활을 하던 중 아내에게 별다른 이유없이 이혼을 통보 받는다. 대학시절 가까이 지내던 친구에게 한 여자의 소식도 듣게 된다. 지금은 이름도 잊은 그녀, 아무하고나 잠자리를 하던 그녀, 25살까지 살고 죽을 꺼라던 그녀는, 26살에 죽었다.


이혼 후, 한 여자친구와 가까워지게 된다. 그녀는 낮에는 작은 출판사의 교정원, 밤에는 콜걸 귀 전문모델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그녀는 평범하지만 본인도 모를 어떠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어느날 그녀에게 연락이 온다. 10분후쯤 중요한 연락이 올 것이다. 양에 관련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양을 쫓는 모험이 시작된다. 


양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 받지도 못했지만, 강압적인 검은 양복의 사내때문에 여자친구와 함께 양을 쫓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양은 무엇일까? 양은 물질과 욕망이다. 주인공은 물질과 욕망을 쫓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검은 양복사나이로 비춰지는 사회때문에 양을 쫓게 되버린 것이다. 주인공은 삿뽀로의 '돌핀호텔'에 묶데 되고 그곳에서 양사나이를 만나게 되며, 점차 양의 정체에 대해 듣게 된다. 양사나이는 괴짜다. 도무지 요즘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는, 그가 시류에 따라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은 우여곡절끝에 양이 어디있는 줄 아는 친구(네즈미)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후, 네즈미는 양을 품고 자살하고, 양의 정체 또한 깨닫게 된다. 네즈미는 물질과 욕망보다 본인의 순수함에 가치를 두는 인물이고 결국 자살한다. 주인공을 양을 쫓는 모험을 끝내고 본인의 따분하지만 평범한 세계로 돌아온다. 별볼일 없는 그 세계는 나의 세계이다. 


사실, 다양하고 함축적 의미와 은유들로 가득찬 하루키의 소설을  100%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하루키 특유의 덤덤한 문체와 묘사 비유가 정말 좋다. 또한, 결핍되고 상실된 부분이 있는 주인공들에게 항상 감정이입이 된다. 그들은 완벽하진 않지만 직접 요리를 하고 운동을 한다.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간다. 때로는 원치 않는 것을 쫓아야 하는 경우에도 성실하게 본인의 일을 수행하며, 현실을 받아들인다. 



"아무것도 없다.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10년간이었다. 내가 얻은 것은 가치가 없고, 내가 이룩한 모든 것은 무의미 했다. 내가 거기서 얻은 건 무료함뿐이었다." 주인공의 말처럼 인생의 가치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으며,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야 할 뿐이다. 


그렇다면, 자살한 네즈미가 지키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단락에서 추측 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나의 나약함이 좋아. 고통이나 쓰라림도 좋고 여름 햇살과 바람 냄새와 매미 소리, 그런 것들이 좋아. 무작정 좋은 거야. 자네와 마시는 맥주라든가....."


그것을 바로 자신다움일 것이다. 사소하고 나약한 것일 지라도 나다워 지는 것. 이 말처럼, 어떠한 모습이든 나 답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본질이며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